<제 24 회 정암신학강좌 1> 언약 사상에 대한 정암의 이해, 성주진 목사(구약신학 ,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

無益박병은목사 | 2012.12.04 23:01 | 조회 8547

이 원고는 ‘정암 박윤선과 개혁주의 언약 사상-구약신학 관점에서’ 중 ‘정암의 언약 사상과 개혁주의 언약신학’ 부분을 발췌한 것이다. 원문은 홈페이지(www.rpress.or.kr) 디지털개혁신보 열린자료실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정암의 언약 사상은 단순히 이론적인 사상 체계나 이상적인 모델의 제시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해석과 적용을 제시하는 강점이 있다.”

정암의 언약 사상이 개혁주의 언약신학의 기본 주장과 쟁점들에 대하여 가지는 함축적 의미를 생각해 보고자 한다. 언약의 성격, 조건성과 무조건성, 그리고 약속과 성취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1. 언약의 성격

1) 율법 언약과 약속 언약: 하사인가, 조약인가?

고대근동의 각종 문헌의 발견과 연구의 발전은 언약신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는 최근의 언약 논의가 언약을 종주조약 유형(vassaltreaty type)과 하사 유형(grant type)으로 나누는 데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아브라함 언약과 다윗 언약은 하사 유형의 언약으로, 모세 언약은 종주조약 유형의 언약으로 분류되게 되었다.

어떤 학자는 언약의 본질이 하사 유형의 언약에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어떤 학자는 종주조약 형태의 언약이 본래적 언약의 모습이라고 주장한다. 어떤 형태가 주된 형태인가에 대한 논의는 두 유형이 상호 배타적이어서 통일된 언약신학을 수립할 수 없다는 주장에 부딪치게 되었다.

사실 성경은 성경만의 독특한 형태가 있고, 참고하는 구성 요소를 자유롭게 사용했다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형태와 표현의 의존성에 대해서도 고대근동의 공통유산(common stock)에 기인했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정암의 언약 논의는 고대근동의 사례를 무조건 배제하지 않는다. 단어의 뜻을 정하기 위하여 조심스럽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조약의 유비는 정암의 주석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2) 언약은 구속의 계시인가, 시행인가?

언약은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고 복 주시려는 수단이다. 이 경우 언약은 하나님의 구속 프로그램, 즉 구속의 구체적인 시행방법이다.

언약신학에서 구속사는 언약을 통해 굴러간다. 신적 구원의 시행은 전적으로 주권적인 하나님의 은총에 달려 있다. 언약백성은 이 구원의 역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그 은혜를 누릴 수 있다.

정암은 ‘베리트’가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에게 은혜를 주시기 위하여 취하신 솔선적인 언약의 행동이다”라고 정의하는데, 언약을 ‘행동’이라고 한 것은 언약의 실행(administration)을 강조한 말처럼 보인다.

언약의 본질적 성경에 대한 다른 대안이 있다. 그것은 언약은 계시라는 것이다. 이 경우 언약은 계시의 프로그램으로써 하나님이 자신을 알리시는(disclose) 행위라고 본다.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도구로, 언약을 메커니즘으로 사용하여 당신의 뜻을 계시하신다. 즉 언약의 목적을 계시라고 본다.

정암은 성경을 언약이 계시된 것으로 본다. 아브라함과 다윗에게 각각 주신 언약이 마 1:1에 계시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정암은 계시가 불가항력적 역사라고 말한다. 하나님의 구원언약이 성취된 사건을 하나님의 계시의 말씀으로 여긴다.

정암에 의하면 이스라엘을 상대한 하나님의 계시운동은 모든 인류로 하여금 믿도록 이루어진 것이다. 곧, 그 운동은 언약체계에 속한 것으로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신 후 그대로 이루시는 운동이다. 여기서는 정암의 『성경신학』이 보스의 체계를 따라 계시 역사 중심으로 되어 있는 점을 상기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2. 조건성과 무조건성

언약신학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는 조건성과 무조건성의 문제이다. 언약의 분류에서 보통 약속적 언약을 무조건적 언약으로, 율법적 언약을 조건적 언약으로 본다. 전자에 노아, 아브라함, 다윗의 언약이 속하고, 후자에는 모세 언약이 속한다.

조건성은 언약 자체의 성립에 관계된 것이 아니라 그 언약의 복에 대한 개인적인 누림의 차원에 관계된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립의 조건이 아니라 누림의 조건인 것이다. 정암은 나아가서 어떤 언약도 불순종함으로 전적으로 취소되는 언약은 없다고 한다. (하나로서의 언약이 표상하는 바는 영원하나, 각각의 언약은 일시적일 수 있다.)

약속적 언약일 경우에도 그것을 누리려면 순종해야한다. 구원은 전적인 은혜로 주어지지만 그것을 누림은 믿음으로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다. 정암은, 성경의 모든 약속을 믿음으로만 받을 수 있는 줄 알고 늘 믿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와 관련하여 하사와 조건적 언약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이 언급되어야 한다. 먼저 조건적 언약은 인간 편에서 특정한 조건을 충족시킬 때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반면에 하사는 충성한 종에게 주인이 은혜로 선물하는 방식이다. 둘은 결과적으로 볼 때 순종을 조건으로 약속을 주는 것이므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하사는 과거의 충성 때문에 하나님이 은혜로 선물을 주시는 것이다. 주지 않아도 되지만 자비로 주는 것이다. 반면 조건적 약속은 특정한 조건이 미래에 성취될 때 약속을 이루는 것이다. 이 경우 조건이 충족되면 하나님은 약속성취의 의무를 지게 된다. 따라서 하사와 조건적 언약은 크게 다르다.

또 무조건성과 관련해서는 ‘영원한 언약’의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영원한 언약은 무조건적 언약을 가리킬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원한 언약’이란 구절은 구약에서 16번 나오는데, 노아 언약(창 9:16), 아브라함 언약(창17:7, 13, 19), 다윗 언약(삼하 23:5), 새 언약(렘 32:40)을 가리킨다. 물론 ‘영원한’은 언약의항구적인 성격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것이 언약의 무조건성을 말하는가? 예를 들면 창 17:7의 ‘영원한 언약’은 하나님의 관점에서 기술한 것이므로, 인간의 관점에서는 깨어질 수 있다. 8절의 ‘영원한 소유’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이 주신 영원한 소유이지만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일시적으로 상실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하여 정암은 어떻게 주석하는가? 무지개와 관련된 영원한 언약(창 9:16)은, 간접적으로 언약의 확고부동성과 관련되는데, 결국 인종과 자연계를 보호하실 것을 강력하게 약속하시는 것으로 본다.

다윗 언약(삼하 23:5)의 ‘영원성’은 그것이 메시야 언약임을 알려주는 표시이다. 이는 그리스도의 속죄 사업에 의하여 그 백성에게 주실 영원한 구원을 약속하신 것이다. 영원한 언약으로서의 새언약(렘 32:40)은 신약시대의 구원 축복과 관계된 예언이다. 주석의 방법과 관련하여 정암은 ‘영원한 언약’이 그리스도와 관련되어 영원성을 의미할 경우는 주석을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주석을 하지 않은 듯하다.

3. 약속과 성취

약속과 성취는 신구약의 관계뿐만 아니라 구약 자체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기본 틀이다. 정암은 약속과 성취의 모델을 자주 사용한다. 마태의 해석대로 신약을 아브라함과 다윗 언약의 성취로 주석한다.

“이는 그리스도를 보내시마고 약속하신대로 이루었다는 의미이다”(마 1:1). 정암은, 아브라함에게 주신 씨의 약속(창 12:3: 너를 인하여; 22:18: 네 씨로 말미암아)은 아브라함의 자손 중에서 메시야가 나시리라는 것(갈 3:16)과 모든 민족 중에서 그리스도의 구원의 복에 참여하는 자가 많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는다(롬 4:12, 23-34). 물론 다윗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정암의 약속과 성취 이해는 보다 넓은 데로 나아간다. 심지어는 창조까지 약속과 성취로 보고 여호와의 신실성을 끌어낸다. 그러나 정암에게는 구약 안에서 약속이 성취된다는 개념은 많이 나타나지 않는다. 멸망의 위험이 불순종으로 말미암아 현실화되는 경우는 적지 않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암의 주석은 자주 구약의 성취를 거치지 않고 신약의 그리스도와 교회 안에서 이루어질 예언으로 직행한다. 그 이유는 주로 신약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성경신학』의 ‘언약신학’ 부분이 이러한 경향을 대변한다.

정암에게 언약신학은 구약의 언약이 신약에서 어떻게 이루어졌는가를 이해하는 틀로서 주로 작용한다. 정암은 신약학자로서 그리스도의 광휘 속에서 구약의 언약과 신약의 성취를 바라보는 듯하다.

4. 정암의 언약 사상 이해

정암의 언약 사상의 골격은 전통적인 개혁주의 언약신학의 구조를 따른다. 언약은 이스라엘의 역사를 설명한다. 즉, 이스라엘의 탄생과 이스라엘의 성공과 실패가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성격과 이에 대한 백성의 반응에 따라 빚어진 것이다. 언약신학은 실패의 원인뿐만 아니라 소망의 근거도 언약에서 찾는다.

정암의 언약 사상은 기본적인 개혁주의 언약신학의 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① 정암은 언약이 신적 은혜에 근거한 것임을 강조하고 인간의 공로를 철저하게 배제한다. 언약 관계도 하나님의 주도적이고 주권적인 은혜로 성립된 것이고, 순종할 때에 복을 받는 것도 인간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받는 것이다.

② 언약관계는 언약의 하나님(‘계약신/언약신’)에 대한 인격적인 신뢰와 사랑을 기반으로 언약법인 율법에 대한 구체적인 순종을 요구한다. 약속에 대한 철저한 믿음과 말씀(율법)의 실천은 오늘날 신자들에게도 그대로 요청되는 적용점을 가진다.

③ 순종이 요구되는 율법은 언약의 조항(stipulations)으로서 언약의 성립을 위하여 요구되는 조건이 아니라 언약의 백성다운 삶을 위하여요구되는 가이드라인이다. 이는 하나님과의 관계와 이스라엘의 행위를 측정하는 규범이 된다.

④ 순종을 장려하고 불순종을 경계하기 위하여 언약의 축복과 저주, 즉 상급과 처벌이 제시된다. 순종은 축복의 조건이지만, 불순종이 약속의 취소나 언약관계의 근본적인 종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언약 백성의 소망의 근거가 있다.

정암의 언약 사상이 담긴 주된 자료 가운데 성경신학과 전질 주석은 서로 보완적 성격을 가진다. 즉, 성경신학의 내용과 주석의 특주 형태의 신학적 설명은 한편으로는 언약 전체에 대한 틀을 제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한다. 전자의 언약론은 통일성을 보여주고 후자의 주석은 다양성을 보완한다.

그의 구약 주석이 전체적으로 그리스도 중심적으로 치우친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한정된 지면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선택과 집중의 원리, 즉 자료의 선택과 주석의 집중이라는 원리가 은연중에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마치는 말

정암의 언약 사상이 작금의 한국 교회에 대하여 가지는 함축적이고 실제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특히 목회자의 경건 문제에 대해서는 그의 설교와 마찬가지로 크게 도전이 된다.

정암의 언약 사상은 단순히 이론적인 사상 체계나 이상적인 모델의 제시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실제적인 해석과 적용을 제시하는 강점이 있다. 죄와 고난의 문제에 대한 정암의 언약적 적용도 성도에게 회개와 소망의 근거를 제시한다.

갱신을 소망하는 한국교회에 성경이 제시하고 정암이 강조하는 언약의 실천적 갱신이야 말로 미래를 지향하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열망에 대한 응답으로 제시된 것은 아닌가? 이런 점에서 정암이 자주 언약의 역사를 ‘언약 운동’으로 표현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신학적으로도 정암의 언약 사상이 현대 언약 논의에서 가지는 함축적 의미가 적지 아니하다고 본다. 언약 사상은 대체적으로 그 조직적 요구로 인해 인위적이 되기 쉽다. 구약신학의 역사는 어떤 주제를 확대하고 다른 주제는 축소함으로 결국은 성경에서 멀어진 체계로 귀착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암이 언약을 강조하면서도 언약의 주제를 절대화하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 것은 주경학자인 정암의 본문 주해가 이러한 편향성을 방지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점에서 정암의 ‘계시의존사색’ 또는 ‘계시의존주의’는 성경의 언약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원천으로 생각해도 무방할 것이다(2012년 11월 13일자 기독교개혁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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