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스승 박윤선 목사님을 그리며, 김추성 교수(합동신학대학원 신약학, 정암신학연구소 소장)

無益박병은목사 | 2012.12.04 14:58 | 조회 9731

“박 목사님의 정신 충실히 잇고 있는가 되돌아 볼 때”

필자가 박윤선 목사님을 처음 뵌 것은 총신대학 2학년 시절이었다. 필자는 당시 신학을 전공하지 않았던 때라 박 목사님에 대해서 자세히는 모르고 그저 소문으로만 들어서 알고 있었다.

 

1. 박 목사님 오신 후 달라진 총신대학교 분위기
그런데 박 목사님이 총신에 오시고 나서 학교에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용하면서도 강한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채플의 분위기가 바뀌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학생들이 은혜 받으려고 예배시간보다 일찍 참석해서 기도하고 찬송하였다. 특히 박 목사님이 설교하시는 날은 마치 부흥회와 같은 은혜를 사모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직원들도 싱글벙글 웃으며 박 목사님과 사진을 찍는 장면이 종종 목격되었다.


박 목사님이 설교하시기 전에 종종 눈물을 닦으시던 모습을 나는 잊을 수 없다. 화려한 수식어보다는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설교는 내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학교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드린 채플에서는 11시부터 시작된 예배가 오후 2-3시까지 회개 기도가 끊이지 않고 지속된 적도 있었다.


그 분의 천둥 같은 메시지가 지금도 가슴에 남아있다: “기도에 생명을 바치라.” “죽기 내기로 공부하라.” “온 세상 사람이 성
경을 안 믿는다 해도 나는 성경을 믿겠다. 내가 성경을 안 믿는다 해도 나는 성경을 믿겠다.” “네 손에 성경이 있지 않은가? 성경이 바로 하나님이 살아 계신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2. 가장 큰 영향 끼치신 박 목사님
내 일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위인 중의 한 분이 바로 박윤선 목사님이다. 내가 신약을 전공으로 택한 것도 박 목사님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필자의 결혼식 하루 전날, 박 목사님의 장례식이 있었다. 그래서 장인어른과 함께 박 목사님의 마지막 가시는 모습을 뵙고자 합동신학교를 방문하였다. 그 분의 장례 모습은 정말로 천국 환송식과 같았다. 이 땅에서 달려갈 길 다 달리고 생명을 다 바쳐 하나님과 그의 나라를 위해 힘쓰고 승리하신 위대한 삶을 보는 것 같았다.


세월은 흘러 흘러 이제 부족한 사람이 합동신학대학원에서 신약학 교수로 섬길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더욱이 정암신학연구소장으로 섬길 기회를 주셨다. 정암신학연구소장을 맡으면서 나에게 계속 무거운 짐으로 남는 것이 있다. 왜 우리학교에는 박윤선 목사님의 기념관 하나 없는가이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박 목사님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기념관 하나 없는 것이 나에게는 참으로 이상하게 보일 뿐이다.


박 목사님은 우리 한국교회의 자랑이요, 우리 교단과 학교의 가장 귀한 유산이 아닌가? 한 인간을 단순히 칭송하려는 것이 아니다. 학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 한 세대가 지나가고 다른 세대가 오고 있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3. 박 목사님 기념관 없는 것 안타까워

생전의 박 목사님과 함께 계셨던 분들은 안타깝게도 점점 눈에 띄지 않는다. 한편 박 목사님을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젊은 세대들이 학교에 오고 있다. 이 새로운 세대에게 무엇인가 손으로 만져지고 눈으로 보여지는 것을 남겨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필자 역시 틈틈이 학생들에게 제한된 경험이나마 내가 겪은 박 목사님에 대해 나누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저들에게 무언가 생생하게 보여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여름, 여수에서 손양원 목사님 기념관을 방문하게 되었다. 기념관을 방문하고 병원들을 둘러보며 마음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손 목사님의 자필 설교, 애용하시던 성경, 쓰시던 유물들을 보며 그 분의 삶의 자취가 느껴져 더욱 애착이 가게 되었다. 손 목사님이 아들을 잃고 쓴 아홉 가지 감사는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그렇다. 이제 우리 합신인은 더 늦기 전에 박 목사님의 체취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생전의 유물과 유품들을 모으고 하나님께서 그를 통해서 이루신 일들을 기념하는 일을 속히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세대들에게와 우리 학교를 사랑하며 방문하는 많은 성도들에게 박 목사님께서 그렇게 심혈을 기울이고 가르치셨던 개혁주의 신학과 삶을 일깨우는 일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4. 합신은 개혁주의 신학의 산실 되어야
마지막으로 우리는 박윤선 목사님을 기리는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분의 삶을 실천하며 그 정신을 우리의 사역 현장에서 계승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우리 가운데 제 2, 제 3의 박윤선 목사님이 나오기를 소원한다. 지난해 3월 필자는 합신에 부임하며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제목이 있다. 박윤선 목사님께 주셨던 영감의 갑절을 주시옵소서. 왜냐하면 무엇보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시절 하늘 같이 우러러 보던 박 목사님과 여러 교수님들이 계시던 학교, 이제 그 분들은 하나 둘씩 학교를 떠나가고 이곳에 더 이상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후대 신학자들이 그 정신을 보여 주어야 할 때이다. 그 분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지금도 역시 늘 이 기도를 감히 드린다. “ 박 목사님께 주셨던 영감의 갑절을 주옵소서. 지금은 더 큰 능력이 필요합니다.” 나는 이 기도를 우리가 더 많이 드렸으면 좋겠다. 후배 신학자들은 앞으로 박 목사님의 주석과 같은 정신을 가지고 성경신학적으로 건전하고 학문적으로 우수하며 새로운 세대의 목회자들에게 유익한 주석을 계속 많이 저술했으면 좋겠다. 박 목사님의 업적을 칭송하면서 박 목사님의 삶의 모습과는 유리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을 자랑하며 유명해 지는 것과 세력확장하기를 거부하는 개혁의 정신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5. 개혁의 정신 계속 계승해 나가야
신학자는 목회자들을 존경하며 목회자들은 신학자와 모교를 아끼는 아름다운 풍토가 계속 지켜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후대 칼빈주의자들이 얼마나 칼빈에게 충실했는지 우리가 의문을 던질 수 있듯이 우리 교단과 학교는 박 목사님의 신학 사상과 신앙을 얼마나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2008년 11월 5일 자 기독교개혁신보)

twitter facebook me2day 요즘
24개(1/2페이지)
정암강좌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24 정암 30주기 기념, 다시 만나는 정암의 설교 "우리의 개혁&q 無益박병은목사 3147 2018.12.29 16:04
23 정암강좌 '죽음'과 '죽어감'에 대한 칼빈의 견해 헤르만 셀더하위스 無益박병은목사 3951 2017.10.26 17:47
22 정암강좌 마틴부써와 목회 사역 헤르만 셀러하위스 김병훈역 無益박병은목사 3923 2017.10.26 17:44
21 <25 주년 강좌> 정암이 제시한 칼빈주의 원리를 목회 현장에 無益박병은목사 7798 2014.02.18 14:30
20 <제 24 회 정암신학강좌 3>언약의 열매로서 영생에 대한 정 無益박병은목사 8314 2012.12.04 23:06
19 <제 24 회 정암신학강좌 2>언약 백성의 삶에 대한 정암의 無益박병은목사 8350 2012.12.04 23:03
18 <제 24 회 정암신학강좌 1> 언약 사상에 대한 정암의 이해 無益박병은목사 8547 2012.12.04 23:01
17 한국교회와 박윤선 박사의 복음이해, 변종길 목사(신약신학, 고신대학원 교 無益박병은목사 9427 2012.12.04 22:36
16 구원론적 관점에서 본 박윤선과 개혁신학 - 믿음과 행함의 관계에 대하여1 無益박병은목사 9105 2012.12.04 22:34
15 한국교회의 현실과 박윤선 박사의 목회적 교훈, 허순길 박사, 전고려신학대 無益박병은목사 8189 2012.12.04 22:28
14 <정암 20주기 기념강좌> 정암의 교회 개혁에 대한 회고, 박 無益박병은목사 7747 2012.12.04 15:04
>> 우리의 스승 박윤선 목사님을 그리며, 김추성 교수(합동신학대학원 신약학, 無益박병은목사 9732 2012.12.04 14:58
12 <지상중계> 정암 20주년 기념대회를 말한다 無益박병은목사 7947 2012.12.04 14:53
11 <정암 20주기에 부쳐> 경건과 학문의 스승, 정암 박윤선, 無益박병은목사 7696 2012.12.04 14:44
10 "구약성경의 신앙부흥과 한국교회", 현창학 교수(구약신 無益박병은목사 9513 2012.12.04 12:43
9 "회개와 부흥 : 개혁파는 무엇이라 말하는가?" 송인규 無益박병은목사 8410 2012.12.04 12:36
8 "한국교회 부흥에 끼친 박윤선의신학과 신앙", 이호우 無益박병은목사 9289 2012.12.04 12:28
7 설교학적 관점에서 본 정암 박윤선의 설교, 정창규 교수(힙동신학대학원대학 無益박병은목사 8248 2012.12.03 23:19
6 교회사적 관점에서 본 정암 박윤선의 설교, 이상규 교수(고신대학교 역사신 無益박병은목사 9819 2012.12.03 23:12
5 목회적 관점에서 본 정암 박윤선의 설교, 정성구 목사(대신대학교 신학대학 無益박병은목사 9827 2012.12.03 2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