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 20주기에 부쳐> 경건과 학문의 스승, 정암 박윤선, 성주진 교수·(구약신학,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無益박병은목사 | 2012.12.04 14:44 | 조회 7695

“진리에 확신이 없이 외치는 자는 거짓말쟁이일 뿐이다”
“설교는 몸으로 체험한 하나님 말씀을 말로 전하는 것”
“남을 정죄하는 대신 자기 가슴을 치는 사람이 되라”

박윤선 목사님이 소천하신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 박 목사님이 세우고 가르치신 합동신학교에 몸담고 있으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절감할수록 목사님의 가르침이 더욱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신학교 설립 당시(1980년 11월-1981년 3월)를 중심으로 목사님이 채플시간에 하신 말씀에서 받은바 교훈을 되새기고자 한다. 한 마디로 목사님은 당시 필자에게 경건과 학문의 스승이었다. 지금도 마음에 새겨진 목사님의 말씀을 인용부호 없이 가급적 어투를 살려 나누고자 한다.

1. 학문의 스승 
목사님은 지치지 않은 열정으로 학문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특히 초창기에는 이러한 간절한 마음이 ‘공부하다 죽는 것이 곧 순교’라는 유형의 말씀으로 자주 나타났다. 실력이 없으면 사기꾼이 된다. 말씀을 먹는 자만이 양을 먹일 수 있다. 목사님에게 학문은 다름 아닌 하나님 말씀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다. 이러한 지식만이 가르치는 자에게 확신을 가져다준다. 반면, 하나님의 진리를 확신하지 못하고 전하는 자는 거짓말쟁이다. 그러므로 철벽이라도 뚫을 수 있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간절히 사모하는 마음으로 생명을 바쳐 연구할 때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를 받고 힘있는 종이 될 수 있다.


목사님은 신학이 죽은 지식이 되는 것을 강하게 경계하셨다. ‘글만 아는 사람은 일종의 불구자이다.’ 여기에 체험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체험은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고 몸으로 겪는 것이다. 설교는 들어서 입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체험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그러면 체험은 무엇인가? 가장 귀한 체험은 일상생활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는 것이다. 말씀을 행할 때에 그 속에 있는 생명이 나를 살리고 그 속에 있는 보물이 내 것이 된다. 이러한 체험이 심령의 확신과 사역의 열매를 가져다준다. 하나님 말씀을 영혼이 없는 물건처럼 전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2. 경건의 스승
당시 목사님은 기도에 힘써야 할 것을 더욱 강조하셨다. 목사님의 질문은 가슴을 찔렀다. 고요히 말씀을 따라 울며 기도하고 있는가? 은밀한 자리에서 얼마나 기도하고 있는가? 목사님의 기도에 대한 강조는 기도의 깊은 자리를 사모하게 하고 하나님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호소력이 있었다. 기도의 어려움도 자주 말씀하셨다. 기도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기 때문에 얼마 기도하다가 중단하기 쉽다. 따라서 기도하기로 결단을 내려야 한다. 특히 사역자는 이럭저럭 허송세월할 것이 아니라,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기도해야 한다. 기도는 하나님과 교통하는 영광스러운 특권일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기도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목회자는 항상 순결해야 한다. 더러운 것들은 인격을 깊숙이 파괴시킨다. 따라서 사역자는 하나님 앞에 항상 순결하게 설 것을 목표로 움직여야 한다. 주님 한 분만 모시는 것이 천하를 얻는 것보다 낫다. 이를 위하여 무슨 고생이 있더라도 주님 앞에서 깨끗하게 살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 조금만 어려워도 퇴보하는 것은 성도에게 합당한 일이 아니다. 세상은 행복(happiness)을 찾지만 성도는 거룩(holiness)을 구해야 한다.

3. 목회의 스승
목사님이 가르치신 목회의 으뜸가는 비결은 주님을 죽도록 사랑하는 것이다. 주를 사랑하기만 하면 먹일 양도 보내주시고, 먹일 꼴도 공급하신다. 따라서 목회자의 유일한 자격심사는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는 주님의 질문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 없이 일자리(job)를 얻어 가면 그와 그 교회는 부패해지고 주님의 심판을 면할 수가 없다. 영적 세계를 ‘터치’하지 못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은 목자가 양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양이 목자를 먹이는 것이다.

 

평생 한두 명을 앞에 놓고 목회한다 할지라도 참 목자여야 한다. 참 목자로 살다가 그대로 가는 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것이다. 목회자에게 탐욕은 금물이다. 육적 타산으로 자기 몸만 기르는 데 매이는 사역자가 되면 안 된다. 바로 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무엇을 해먹으려고 목사가 되는 것은 출발부터 죄를 짓는 것이다. 강도 만난 사람을 내버려두고 간 제사장처럼 ‘위대한’ 제사장이 되고 싶은 ‘비전’ 때문에 현재의 일을 등한시하는 것, 미래에 대한 개인적인 꿈을 더 중시해서 불행하고 비참한 자를 돌보지 않는 것은 악한 일이다. 경건의 모양에 집착하여 발라 맞추고 간판 세우는 데 집중하지 않아야 한다.

4. 제자도의 스승
사역의 길은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것이다. 지금도 귀에 쟁쟁한 말씀이 있다. “역경이여, 오라. 너는 나의 친구, 나의 스승, 나의 보금자리이다.” 이 사막 같은 교계에 참으로 필요한 것은 나 하나가 바로 서고, 종의 일을 하며, 오직 주만 기쁘시게 하는 제물이 되는 것이다. 고생 없이 일이 되지 않는다. 주님과 사도들과 주의 종들도 고생했을 때 일이 되었다. 역경이야말로 우리를 살리는 양약이자 사역자를 단련시키는 채찍이요,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다. 수고하는 자에게 성령이 역사하셔서 불타는 심령으로 복음을 전하게 하신다. 목사님은 사역지를 염려하는 학생들에게 개척정신을 강조하셨다. 수고하지 않고 교역하려는 것은 자멸책이다. 남들이 수고한 풍요한 집에 요행히 들어가 명예를 누리고 대접받으려고 생각한다면 그는 벌써 타락한 교역자가 된 것이다.

 

남이 이뤄놓은 따뜻한 곳에 들어가 살려는 것은 젊은 교역자의 자세가 아니다. 산지로 나가서 싸워야 한다. 고생하지 않고 교역하겠다고 생각하지 말라. 평안히 교역하다가 영광 받고 죽겠다는 생각은 망하는 생각이다. 나중에 좋은 목회자가 되겠다는 안이한 생각은 많은 교회를 못 쓰게 만들고 신자들에게 폐를 끼치는 불의한 생각이다.

5. 신학교육의 스승
신학교는 인간적인 타산으로 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지지가 적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나 하나만이라도 잘 믿고 하나님의 사람이 되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나 하나가 바로 될 때 신학교가 바로 된다. 나 하나가 은혜 받아 예수밖에 모르는 예수쟁이, 하나님이 인정하는 신학생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안 되는 것이 문제가 되어 꼼짝하지 않는 것이다. 신학교가 중요하지만 신학교 중심으로 단결하면 모래 무더기가 된다. 교회가 중요하지만 교회 중심으로 단합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함께 예수를 붙
잡아서 이루는 단합이야말로 하나님이 기뻐하는 참된 연합이다.


하나님이 왜 합동신학교를 세우셨는가? 가슴 치는 사람이 되라고, 남을 정죄하는 대신 자기 가슴을 치는 사람이 되라고, 사랑이 없고 교만한 모든 죄를 깨닫고 가슴을 치는 사람이 되라고 허락하신 것이다. 세상과 교회가 사랑이 없다고 탓하지 않고 내가 사랑이 없다고 고백하고 실천하는 학교가 되라고 세우신 것이다. 우리가 우리 가슴을 칠 때 하나님이 문을 열어주시고 우리를 천국의 일꾼으로 세워주실 것이다(2008년 10월 29일 자 기독교개혁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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